나의 이야기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해변길손 2012. 5. 28. 14:49

 

며칠전,,, 지난달 말일. 11월30일(월요일)...

원주 태장동의 직장에서 퇴근하여 경기도 여주의 새로 이사한 집으로 퇴근하였습니다.


“딩동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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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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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집에 아무도 없나보다. 오후에 배달되는 야쿠르트도 현관문에 그냥 걸려있고...

지금이 밤8시10분... 난, 퇴근했는데... 울 각시는 아직도 외출중인가 보네.....”

잠긴 문을 키로 열고 현관에 들어서니 신발이 하나도 없고... 거실 문을 스르르 열고 거실로 들어서는데...

캄캄한 거실에서 갑자기... “빵”, “빵”...하고 뭔가가 터지는 소리... 순간,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이어서 거실에 불이 켜지고... 구석방에서 울 애기(여중2년)가 케이크에 촛불을 밝힌 채 들고 나오면서

“해피 버스데이 투유.....”하고... 거실 구석에 숨어있던 울 각시와 막내처남은 박수를 치고.....

이 날이 음력으로 제 생일날 이었답니다.


지난 11월16일(월)... 도둑이 급하게 도망가듯이... 원주 명륜2동 단구2차 아파트에서 경기도 여주로 단숨에 이사를 했습니다. 울 애기를 원주시내 중학교에 입학시키려고 흥업 매지 초등학교 6학년 때 시내로 이사 와서 살았습니다. 원주시내로 이사 와서부터 공부는 뒷전이고 멋 부리는데 만 관심을 두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를 좋아하면서 중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많은 고민을 했고... 달래도 보았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올 여름부터 울 각시가 직장 한쪽(투잡 중이었습니다)을 그만두고 저녁에는 곁에서 보살펴(?) 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학교가 끝나고(오후 3시20분경) 학원이 시작되는 저녁6시까지는 통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울 각시가 일찍 퇴근해보면... 아이는 학원에 가고 없지만 거실과 부엌은 몇 녀석들이 놀다 먹고 갔는지 모두가 온통 어지럽게 널려있고... 울 각시가 야단쳐봐야 그때만 고개 숙이고 있고... 다음날엔 또 그러고... 학원 끝나면 학원버스타고 오지 않고 친구들과 걸어온다고 우기면서 한참 뒤에나 집에 들어오고... 집에 와서는 책 한줄 보는 것 보지 못하겠고... 공부 소리만 꺼내도 종일...학교에서... 학원에서... 저도 힘들다면서 투정만 부리고... 초등학교 때는 강원도 전체 수학경시대회에서 2등을 했던 녀석인데... 지금 성적은 중간 이하로 밀려 있고... 내게는 친 자식이 아닌 관계로 함부로 말하기가 어려워서 망설여져... 심각한 문제일 땐 중간자 입장에 서있게 되고...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이번에는 울 각시에게 승낙을 받고... 녀석을 붙잡고 심하게 야단을 쳤습니다.


처음 내가 너를 데려올 때... 그때가 9년 전... 네가 여섯살 때... 귀여운 네가... 엄마와 떨어져 원주 일산동 언덕위에 살면서... 밖으로만 나도는 아빠는 얼굴 구경하기 힘들고... 남의 식당에 일 다니는 친할머니는 너를 돌볼 수가 없어서 너 혼자... 친할머니가 늦은 밤에 퇴근할 때까지 하루 종일 혼자 동네를 배회하면서 살던 일... 가끔은 배가 고파 쓰레기통을 기웃거린다는... 그러는 네가... 보기에 안쓰러워 주위의 분들이 네 엄마에게 전화해 줘서... 강릉에 살고 있던 네 엄마는 밤새워 네 그리움과 서러움에 통곡하던 일... 그래서 네 아빠에게 말해서 너를 데려오기로 작정하고... 드디어 니가 낯선곳, 강릉으로 원주에서 너를 데려와서... 지금쯤은 부모들에게 재롱을 피우고 어거지 투정만을 부릴 어린나이에... 그렇게 자란 네가 너무도 너무도 안타까워... 내 친자식보다 더 살같이 너를 아끼고 보듬어 왔는데... 그리고 1년후 네 오빠 마져 데려오고... 다시 1년후 네 오빠가 강릉에서 적응을 잘하지 못 하는 것 같아... 내 고향 강릉을 버리고, 난 한 번도 와 본적이 없는 이곳 원주로... 네 외사촌들이 살고 있는 이곳 원주의 매지리에서는 잘 적응할 것 만 같아 흥업면 매지리로 이사를 왔고... 그리고 또다시 네가 시내학교에 다니고 싶다하여 원주시내로 이사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고... 엄마는 너희들 뒷바라지 때문에 밤낮으로 투잡일을 하고 있는데...

치사하지만... 녀석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이럴 수 있느냐?....고........... 녀석이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 저녁...

학원을 다녀온 요 녀석이... TV를 보는 내 옆자리에 살며시 앉더니...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할 말이라야... 제 엄마가 안 된다고 하는 걸 하게 해달라고 부탁 하는 것... 아니면 뭘 사고 싶다고 엄마 몰래 내게 돈 달라는 것... 일 테니까... 무슨 말인데... 하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가잡니다... 뭔 이사?... 한참 생각해 봤는데... 이대로 지내다가는 아무것도 못 할것 같다면서  다른 곳으로 전학 가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어라?... 애가 웬일이래?...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결심했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엄마 덜 힘들게 학원 안 다니고 집에서도 열심히 할 수 있다고... 그래서 학원 안 다니고도 대학에 간 몇 년 전의 외사촌 언니처럼(한양대 법대 차석입학)... 그 다음해 외사촌 오빠처럼(성균관대 생명공학계열? 수석입학) 저도 잘 할수 있답니다. 그래서 가까운 횡성으로 갈까... 했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횡성은 원주권으로 시내버스만 타면 원주로 오 갈수 있어서 애들이 부르면 나가고 싶고... 애들이 안 부르면 지가 좀이 쑤셔 못 견딜 것 같으니... 아예 먼~곳으로 가잡니다. 요 녀석 봐라... 생각하는 게 제법인데... 그리고 제대로 결심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울 각시와 상의하여 아이가 제대로 결심한 것 같으니까... 이럴 때 빨리 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아이의 결심이 실천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이지만... 그래도 녀석이 결심한 것이니까... 속는 셈 치고 이사 가기로 했습니다.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각시 직장은 모두 포기하고... 제 직장은 당장 그만둘 수 없기에... 네이버 지도를 살펴보다 여주까지의 교통편이 예전과 달리 문막에서 여주까지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있어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여주로 쳐들어가 이곳, 저곳 살펴보고 왔습니다. 여주하면 신륵사밖에 모르는 저 인지라 하루를 더 찾아가 여기, 저기를 살펴보고 집도 알아 봤습니다. 녀석이 지금의 학교처럼 남녀공학은 싫고 여중학교로 가고 싶다하여 여주군교육청에 가서 알아도 봤습니다.

녀석이... 이사 가려면 2학기 기말고사 전에 미리 여유있게 이사 가서 그 곳 학교의 학습 진도와 아이들 실력도 대충 알고 싶다면서 재촉했습니다. 그래서  울 각시는 직장에 하루 휴가내서(전, 휴가 없이도 그런대로 움직일수 있습니다) 함께 여주를 다시 다녀왔습니다. 원주 아파트는 내 놓지도 못한 채, 집에서 학교와의 통학거리등을 살피고, 울 각시와 상의하여, 그냥 여주에 무작정 방을 얻어놓고 왔습니다. 그리고 부랴부랴 준비하여 지난 11월16일(월)아침, 이사 오던 날 원주의 아파트 주변 복덕방에 아파트를 부탁하고 여주로 이사 왔습니다. 우리 애기가 이사 가자고 한지 열흘도 안 된 것 같습니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었습니다. ㅎㅎㅎ


우리 아이가 전학 온 이 학교는 여주여자중학교로 2년 전 새로 부임해 오신 여자 교장선생님께서 새로운 명문학교로 만들기 위하여 정말로 엄하시게 아이들을 교육시키신다고 합니다. 새로 교복을 사려고 교복점에 들렸더니 그 곳 사장님께서 이 학교 교장선생님이 대단하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 교복이 모두 단정합니다. 원주에서는 아이들 교복이 좀...심하다고 느꼈습니다. 치마는 너무 짧고... 웃옷은 모두들 줄여서 너무 꽉 죄게 입고들 다니는데... 선생님들은 모르는 척(?) 하시는 것 같고... 좌우간 여기 이곳 학교의 자랑중 하나는 지각생이 없다는 것이랍니다. 막말로 한번 찍힌 학생은 1년 동안 교장선생님이 직접관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담임선생님께서 교장 선생님한테 찍히지(?) 않게 잘 하라고 합디다. 좌우간... 중간에 전학을 가게 되면 그곳의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아이에게 다시한번 이러저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침착하게 대응하라고 일러주고 11월17일(화)부터 학교에 보냈습니다. 이제 겨우 3주쯤 됐습니다.


헌데...

책이라고는 집에서 보는 걸 못 봤는데... 요즘엔 퇴근하여 집에 도착해 보면 이 녀석이 책상에서 늘~ 책하고 씨름하고 있습니다. 직장을 버리고 이제는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를 지켜보는 울 각시는 그져 어리둥절 하기만 하답니다. 아니?.. 이게 꿈인가?...하고.

학원도 안 다니고... 유선방송도 필요 없다고 달지 말라고 하고... 컴퓨터 근처도 가지 않고... 인터넷은 가끔 필요할 때만 잠깐 들어가고... 그리고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와서 공부만 하고... 가끔, 간식 만들어 달라고 해서 간식 만들어주는 울 각시는... 마냥 신이 난다고 합니다. 저는 너무 늦게까지 하지 말라고 합니다. 밤 11시까지만 하라고... 그런데 요 녀석이... 안 졸리는데 왜 자냐고 합니다. 나, 원 참!... 살다보니... 별일도..

이제 겨우 3주니까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래도 지난주에는 수학 쪽지시험에서 만점을 받아서 같은반 아이들이 모두 놀라워 했답니다.

정말로... 우리아이가 달라졌습니다.


또 한가지... 9년전 처음에 이 녀석과 같이 살때 이 녀석이 아빠라고 부르고 싶다기에... 제 친아빠의 영역을 빼앗는 것 같아... 그리고 아이의 가슴속에 맺혀있을 친아빠에 대한 그리움의 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 그냥 할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9년동안 할아버지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곳 여주로 이사 오면서 울 각시랑 애기가 새로운 곳에 이사 왔으니 이제부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호칭도 아빠라고 하자고 하여... 그러기로 하였습니다. 그 동안 호칭에 따라 그 느낌과 서로간의 친밀도에 상당한 차이점이 있음을  느꼈기에 호칭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하도록 하였습니다. 아빠란 호칭을 허락한 이유중 또 하나는... 매년 명절 때마다 장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남매를 제 친할머니댁에 보내곤 하였습니다만... 갈 때마다 아빠 얼굴 구경도 못하고... 친 아빠로부터 전화 한 통화도 없고... 작년 설에는 무슨일이 있었는지 아이들이 울고 와서는... 이후로는 죽어도 안 간다고 하여 작년 추석 때 부터는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애들 가슴속에 아빠의 자리가 통째로 비어 있는 것 같아 제가 그 자리를 대신해도 될것 같은 생각에 허락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요즘엔 말 할 때마다 아빠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요 녀석을 볼 때면 조금은 미안하답니다. 진작 그렇게 부르라고 할것을... 하고.

지금은 너무 밝아서 걱정(?)이랍니다. 제가 퇴근하여 집에 오면 너무 까불고... 장난을 걸어옵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에는 인근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자고 졸라서 처음으로 식구가 함께 땀 흘리며 쳐 봤습니다. 무척 즐거워하는 이 녀석... 요즘엔 매사에 신이 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난달 말일... 제 생일날... 요 녀석이 제 엄마에게 말하여... 아빠의 생일 깜짝 파티를 하자고 했답니다. 멀리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제 오빠는 올수가 없으니까 문막에서 근무하는 제 막내 외삼촌까지 불러서..... 그리고 집안의 모든 불을 끄고... 현관의 신발까지 모두 감추고... 3층에서 창문 사이로 제가 퇴근해서 주차 하는 걸 내려다 보고는 제 방에서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엄마랑 외삼촌에게는 아빠가 거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폭죽을 터트리라고 해 놓고... 녀석은 촛불 붙인 케이크를 들고 나오면서 생일축가를 부르며... 초가 다 녹아 내린다며.. “아빠!...빨리 후~하고 불어!...”합디다. 그래서... 정말로 오랜만에... 즐거운 마음으로 술 한잔을 마시며 생일을 보냈습니다.


올해 1월부터 제 직장의 제1사업부 공장은 공장장에게 맡기고... 4월부터는 관리업무도 또 다른 직원에게 맡기고... 모두가 제 윗분의 지시라 그렇게 했습니다. 직원들도 일부 내 보내고 급여도 삭감하고.... 그리고 저는 내년도에 시작될 새로운 사업계획에 몰두하였습니다. 하여, 곧 계약과 함께 내년 1월1일부터 제2사업부가 탄생됩니다. 지금 우선, 경리 여직원 한명(장애인 우선)을 모집하기 위하여 정보지에 박스광고를 내 놓고 이력서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1사업부의 관리운영이 조금은 엉망이 되어... 지난 8월11일부터 다시 제1사업부도 맡아서 함께 관리하고 있습니다. 예전과 같이 정상으로 다시 올려놓기 위하여 8월, 9월, 10월, 11월... 너무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한번 무너진 이 시스템을 다시 정상화 시키기에는 너무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4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에도 출근 하였습니다. 매일 이 카페에 들락거려서 스스로 이 카페 중독자라 칭 했었는데... 그 사이 정모에도 한번 참석 못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제 12월... 겨우 정상화의 문턱에 올라 온 것 같습니다. 이번 주부터 다시 주5일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쉬어보는 토요일이 될 것 같습니다.

 

하여,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도 합니다. 아직도 내년도 새 사업의 시작을 위하여 일부 준비할 것이 있기는 하지만.....

울 애기도 잘 지내고... 애기 덕분에(?) 울 각시가 출근도 안하고 집에서 편히 지내고 있고....

제 직장일도 현재까지는 잘 진행되고 있으니까...

이럴 때... 울 각시랑 함께... 금년도 맛집멋집의 송년회에나 참석해 볼까요?..............................................


(이 노인네... 또다시 긴~글 써서... 이 글 보시는 회원님들께 민폐를 끼쳐 드렸습니다. 죄송....)


<2009. 12.4. 19:00에 작성한 글>